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신혜경 역. 아작. 2016.

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신혜경 역. 아작. 2016. 


+단편선집 

sf소설선집. 페미니한 작품들이 몰려있다. 15편이 실려있는데, 그 중에 관심이 갔던 작품은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가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음. 


++가슴 이야기_ 히로미 고토 

"전혀 제기되지 않은 질문들이 어저면 가장 중요한 질문들 일 것이다."(203)으로 시작하는 히로미 고토의 <가슴 이야기>는 작품 전반에 모유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간호사, 남편, 시어머니와의 관계망 속에서 단순했던 수유의 어려움이, 모성의 어려움으로, 여성의 어려움으로, 점차 확전해나가는 줄거리다. 

출산 직후 모유수유를 하는 주인공에게 남편은 "뭐가 좀 나와?"하면서 느낌을 잘 모르겠다는 주인공을 두고 "무슨 말이야? 알 수 없다니? 네 몸이잖아, 아니야? 내 말은, 넌 분명 뭔가 느낄 수 있을꺼야."라며 압박을 가한다. 이에 간호사는 병실에 들어와 "아기를 혼자 두지" 말라며 "누구라도 그냥 쓱 들어와서 아기를 데려갈 수 있어요."라며 "12시간의 진통을 겪었고 28시간째 자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말한다. 주인공은 간호사의 "그 말이 얼마나 부적절한 말인지 간호사에게 지적해줄 힘이 없"을 정도로 지쳐있다. 병원으로 시어머니가 방문해서는 "네 젖꼭지가 너무 잡작한 데다 아기가 그다지 잘 빨지를 못하네"라며 타박한다. 이제 막 출산을 마친 주인공은 "분노의 눈물이 차오른다."(204-206)

병원에서 집으로 온 주인공은 시리얼과 에너지바를 먹고 "다시 모유 수유를 시도한다. 고통은 날것이고 신선하다." 아기가 젖을 너무 빨아서 젖꼭지가 헐었다. 피가 나온다. 주인공은 걱정이 되어 친구에게 전화한다. 친구는 답해준다. "젖꼭지에 피가 맺힌 물집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 난관을 뚫고 모유 수유를 고수했다"며 떠들어댄다. 주인공은 친구의 그 "비극적인 젖꼭지 이야기를 이길 수 없다. 심지어 근처에도 못간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편은 모유수유의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에게 "여자들은 여자들이 있었던 이래로 내내 모유 수유를 해왔어."라며 밀어붙인다. 남편은 "모유 먹는 아기들의 아빠를 위한 소책자"를 읽지도 않은채 모유수유가 인류의 여성들이 존재해왔던 이래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제 정신으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7-211) 

"대체 이 고통이 얼마나 오래갈 건지, 당신은 스스로 묻는다. 젖꼭지 고문과 모성 지옥을 겪은지 11일 째 되는 날" 주인공의 수유의 고통은 점점 더해져간다. "개처럼 누워서 아기에게 젖을 먹여보려"고 시도할 정도다. 헐어버린 젖꼭지를 바라보며 "난 그만 둘거야, 정말로. 내가 이 짓을 계속하다간 아기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라고 항변한다. 이런 주인공에게 남편은 "아기한테는 모유 수유가 제일 좋은데, 넌 포기하겠다고, 그렇게 쉽게 말이야. 난 네가 더 강한 줄 알았어."라고 남편은 반격한다. (212-214) 

"잘 들어. 애한테 젖을 물려야 하는 사람은 나야. 당신이 코를 골며 자빠져 자는 동안 두 시간마다 일어나 젖꼭지가 찢어지고 피가 날 때까지 빨리는 건 나라고. 당신은 그 빌어먹을 도와주는 시늉이랍시고 저 썩을 기저귀 한 번 갈아주러 밤 중에 일어난 적 조차 없는데, 그래 내가 내 가슴을 뭘해야 하는지 나한테 말해 보시지 그래.(...) 그러니 그냥 입 닥치지그래. 그냥 입 닥쳐. 이 일은 너랑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건 내 문제야!" (214-215) 

남편은 반격한다. "내가 젖을 먹일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먹일거야!" 소설은 여기서 부터 결말을 준비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젖'가슴을 오려 남편의 "거의 편평하고 작은 젖꼭지 위에 놓는다." 그리고 남편은 일어난다. 그는 일어나 앉아 "두 개의 비대해진 가슴을 내려다" 보며 "아 세상에"라고 신음한다. 주인공은 말한다. "걱정하지마. 다 괜찮아. 그냥 자연스럽게 닥치는 일을 하면 돼."라고 말하고 주인공은 "웃음을 짓는다. 어둑한 빛 속에서 얼굴을 빛낸다. 나는 등을 돌리고 누워 달콤하고 편안하게 잠든다." (215-217) 


++_1 

출산직후 산모는 쇼크상태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극도의 긴장상태 이후에 절대적인 안정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그런 산모는 출산을 하자마자 부터 "모성"이라는 이름이 거느리고 있는 희생과 인내를 감수해야 한다. 주인공을 둘러싼 남편의 말들이 그렇다.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의 고통은, 참아야 하는 것. 견뎌야 하는 것으로 취급당한다. 이것은 "모성"이라는 것이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속에서 여성을 어떻게 착취하고, 폭력에 노출시키고 있는지를 잘 확인 할 수 있다. 


++_2 

소설의 마지막에서 젖가슴을 남편에게 이식시켰을 때, 남편의 반응은 자신의 성기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젖가슴과 남근이 결합되는 이런 기이한 장면은 남근-남성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남근-남성은 어떻게 되는가. 이 낯설과 이질적인 것과의 결합(실재와의 조우)은 남근-남성의 국면은 완전히 전환시켜 자신의 자리를 "모성"의 이데올로기 아래로 노출된다. 


++_3 

모유수유는 좋다. 아기에게 좋다. 이것이 남성중심의 가족 내에서 아기를 전적으로 돌보도록 "주부화"된 여성에게도 좋은가?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