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생각의 힘. 2018.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생각의 힘. 2018. 


<쪽글> 


1) 우리 때는 말야. 다들 그랬어. 더한 집도 많아.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이도 애들 잘만 키웠는데 요즘 것들은 유난을 떤다고 나무란다. 그분들께 여쭤보고 싶다. 그래서 장성한 자식들과 사이가 좋으시냐고.(23). 여기서 '우리 때'라고 하는 것을 기준으로 '너희 때'를 평가한다. 우리 때에는 "월급봉투만 잘 가져다 주면 무슨 짓을 해도 좋은 남편 소리를 듣던 때"(23)이고 "퇴근한 아버지는 하루 종일 청소도 안하고 집에서 뭘 했느냐며 어머니께 화를 내"(23)도 별 이상할 것이 없던 때 였다. 그 때에 우리시대의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우리 집의 시시포스"(27)였다. 


2) 남성에게 묻지 않고 여성에게만 묻는 것
"무심코 아이는 지금 누가 봐주는지를 물은 것이다. 아차, 실수했다 싶었다. 여태껏 숱한 남성들을 늦은 밤에 만나왔지만 그들에게는 한번도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28) 

"일하려고 야근하면 '독한 년'이 되고 애가 아파 조퇴하면 '민폐녀'가 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도 가는 길은 선악과를 떠올리게 하는 원죄의 시간이다. 맞벌이 부부지만 육아와 가사는 독박이 기본 값이다."(85)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며 아내에게 육아를 떠넘기지만, 직장에서 여자 동료가 육아휴직을 내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남자들 여럿 봤다. 우리 집 청소, 빨래, 설거지는 아내가 다 해야 하지만 우리 부서 여직원의 퇴근이 빠른 건 기분 나쁘다는 남자들 많이 봤다. 학교에 여교사가 많아 남자아이들의 '올바른' 성역할 학습이 우려되지만, 집에서 엄마만 아이를 돌보는 건 남자아이 교육과 아무상관없다는 남자들 엄청봤다."(88)


3) 자상한 아빠가 되는 건 쉽다
"나쁜 아빠 되는 건 정말 어렵다. 애가 울거나 말거나 귀 막고 잠을 자도, 젖병 소독이며 목욕 한 번 안시켜도, 유모차 끌고 동네 한 바퀴만 돌면 금세 자상한 아빠로 소문난다. 백 가지 중 하나만 잘못해도 나쁜 엄마가 되는데, 백가지 중 하나만 잘해도 좋은 아빠가 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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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간병인쯤이었다. 최근에 딸을 선호하는 부부가 더 많다며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비행기 태워주는 것은 딸이다' ' 늙어 부모 보살피는 건 딸뿐이다'라는 말처럼 봉양과 대접을 기대하고 달을 낳으려는 심리는 수천 년간 이어져온 여성 착취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81)

"저항의 분위기는 오래전부터 물씬물씬 피어나고 있었다. 되바라진 여성들이 분란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달라진 세상에 남성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138) 

"남자를 페미니스트로 만드는 첫 번째 지점은 엄마의 인생에 죄책감을 느끼는 데 있다고 믿으므로. 단, 그게 아내를 착취하는 '대리효과'의 방식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154)



<개념들> 

-호모소셜homosocial (페미위키)


<리뷰> 

1)남성과 남자
남자는 남성으로 존재하는 자. 남성-남근의 존재자를 남자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듦. 하이데거는 존재와 존재자를 구분짓는데, "존재(sein)"는 자신을 드러낼 특정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실현되어 특정한 형태를 갖는 것을 "존재자seiendes"라고 불렀다. 존재자는 항상 '거기da'라는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방식으로 현존재(dasein)한다. 현존재는 세계라는 공간과 시간에 의해 그 형태를 얻으면서 '세계-내-존재"로 자리한다. 성으로서의 남성이 자신을 드러낼 특정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남성을 실현하며 특정한 형태를 갖추면서 "남-자"로 자리하게 되는 것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까. 따라서, 성gender으로서의 남성이 특정한 방식으로 형태화되고, 장소를 가짐으로 인해서 '세계-내-남자'로 자리잡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책의 형식
한 가족의 내력과 한 개인의 구술사를 기본축으로 하여 삶의 서사 속에서 만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 전개. 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읽다보면 흥미롭고, 신나게 읽힘. 1부,2부, 3부는 동일한 형식을 지닌다. 저자의 가족과 자신의 삶의 서사 속에서 발견(?)된 가부장-괴물/남자-괴물/ 혐오-괴물에 대한 묘사, 설명, 예시들로 나열된다. 개인의 서사를 정치적/사회적 맥락안에서 풀어내기 위한 형식을 갖춘다. 이러한 구성형식은 일상/삶의 촘촘한 폭력네트워크를 드러내기에 (전형적으로) 적합해보인다. 4부, 5부는 저자가 일하고 있는 교실-내-운동을 드러내는데, 1,2,3부와는 다소 다른 형식을 취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리뷰는 남겨두자. 



3)무엇을 할 것인가?
남고에서 페미니즘을 가르친다는 저자. 수업을 통해 "은근히" 이루어진다는 페미니한 접근을 넘어선 다음 과제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남겨주었다면, 여운이 생겼을 듯. 마르크스의 문장을 패러디하기까지 하면서 "페미니스트가 되자"라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볼륨이 확 낮아진듯 도 한데... 어디까지 우리는 가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질문 할 때, "충분함"이야 말로 그 기준이 되어 줄 텐데, 저자는 얼마나 충분한가?, 라고 묻게 되기도 한다. 


4)남성-페미니스트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을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 남성-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순간 '자기와의 긴장'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무의식 아래서 길러진 남성이 페미니스트의 자리에서 삶을 꾸린다는 것은 거의 "목숨을 건 도약(헤겔)"에 가까울 정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러나 "불가능 속의 가능성(바디우)"을 구현하는 것이 혁명의 과정인지라, 저자의 도약에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 싶다는. 또,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 나는 충분한가?. 



<관련자료링크> 

-강남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인 이유 (한겨례)

-나도 메갈리안이다 (매일신문)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