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습니다. 김현. 서랍의날씨. 2018.

질문 있습니다. 김현. 서랍의날씨. 2018. 


+어디서 보고 배웠겠습니까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의 전문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계간지를 쉽게 구해서 읽을 수가 없었는데, 마침 단행본이 나왔다. 시인의 첫 작품집 <글로리홀>을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탐독하면서 도대체 이런 작품을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삶의 서사를 가진 사람일까, 이 시인은 어디에서 세계를 조망하고 있는걸까. 궁금했었는데, 그의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를 읽고 난 뒤, 난, 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가령  자신이 "미쓰김"(12)이라고 불리며 수많은 남성-새끼들로 부터 "따먹히던"(13) 시절을 복기하며 "어디서 보고 배웠겠습니까"(13)를 반복하는 글의 구성은, 글쓰는 사람(작가)에 대한 신뢰가 마구마구 쌓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그리고 문단에 널리고 널린 "씨발 새끼"(15)들은 1,2,3,4,5,6으로 이어지고 "1-1, 2-3, 3-5, 4-7, 5-9"(17)로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씨발 새끼"들의 "집"을 만들어냈다. 생각한 것 만큼 글이 길지 않은 글인데, 생각한 것 보다 더 여운이 남는 글이다. 


++선언하는 약력과 윤리로서의 약력 

"성폭력 해시태그 증언 운동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고 싶은 심정에서" 작가는 "페미라이터"(137)라는 이름을 쓴다고 한다. 작가는 이 "페미라이터"라는 이름을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임과 동시에 "행동/실천 양식"과 "권력을 질문하는 방법"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작가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지면에서' 발견되는 페미라이터라는 말에 끊임없이 주눅 들길 바라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페미라이터라는 말 때문에 계속해서 지지받는 느낌을 받길 바란"(138)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과 작가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하면서 "작품의 윤리는 작품이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나는 작가의 윤리에 관심이 있다."(139)고 고백한다. 페미라이터라는 이름을 굳이, 고집하는 작가에게 "어디까지 갈래?"(143)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사실, 위협을 느낀 쪽에서 보이는 흔한 반응 중 하나다. 어디까지 해야 성에 차겠어?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만하고 글을 열심히 쓰라"(145)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작가는 대답한다. 송구스럽다. 그러나 밝히고 싶다."고 대답한다. 정말 열심히 글을 쓴다는 작가는 자신의 페미라이터라는 약력을 두고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떳떳하게 밝혀 알리는 것" 그것이 약력이라고 말한다. 그 "약력에 작가의 윤리가 있다." 이 작가 읽으면 읽을 수록 신뢰가 마구마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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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스젠터 헤테로 cisgender (페미위키)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