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뭄(서론~4장). 애너벨 크랩. 황금진 역. 황금가지. 2016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황금진 역/ 황금가지/ 2016





+정희진 추천사 중

“인간성과 정치의식의 가장 정확한 바로미터는 ‘집안일’에 대한 관점과 실천이다.” 

-정희진 추천사 중




++쪽글 서론~ 4장


1 

문제를 완전히 잘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너벨은 “우리가 문제를 완전히 잘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변화를 하는 동안 “남성의 경우에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한다. “변화라고 해봤자 임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정도”일 뿐. 그래서 애너벨은 “더 이상 여성을 피해자로만 보지 않고 남성이 기회를 놓친다는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하고 질문한다. 기회를 놓치고 있는 남성들의 상황을 보면 “분명 비극이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배제당한 채 그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여자들, 일터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남자들”만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엄마들과 마치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을 하고 있는 아빠들의 사회.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개혁 방안과 사상적 기반 등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남성을 일터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라고 애너벨은 말한다. “구조적 문제는 여자를 일터로 끌어들이는게 아니라 남자들을 일터에서 끌어내는 데 있다면?(...) 남성들이 일터에서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은 없을까? 유리 비상계단이 있다면?”이라고 질문한다. 



2 

아빠들은 달라진게 없다 


“우리 사회는 아빠들에게” 출산 이후에도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는 듯 계속 일할 것을 권한다.” 오히려 “아버지들은 첫아이가 태어나면 주당 근무시간이 5시간 정도 더 늘어난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남자들이 육아나 가사 노동에 뛰어든다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손해봐야 한다. (...)그러나 남자들이 놓치는 많은 일 중에는 멋진 일들도 꽤 많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 (...) 하지만 우리는 남자들에게 끊임없이 온갖 방법으로 그런 투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특히 휴직과 관련해서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세기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돌연사나 업무 능력 상실을 제외하고 남자들의 직장 생활을 방해한 주요 요인은 병역과 정리해고,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남자들이 이런 경험을 하려면 직장에서 쫓겨나야만”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실시되면서 “아버지 신드롬”을 낳았다. 미국에서 육아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도 많은 남성이 해고를 당하면서 육아를 시작한 시기와 대략 맞아 떨어진다. 여자들이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노동시간을 조정한다면 “남자들은 아이 이외의 다른 압력이 있어야 직장을 떠났다. (...) 정리해고든 사고든 남자들을 일터에서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 


3

남자들은 기대당한다. 


“요즘은 남자들도 자식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압박을 적잖이 받고 있다. (...) 남자들은 사랑해 마지않는 자식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열망을 가로막는 요인들에 대해 남몰래 신께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승진. 임금인상. 전망 좋은 사무실, 특별한 감투”를 요구하지만 “왜 육아휴직에서만 어려움을 느낄까? 그 이유는 모든 부분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더 많은, 더 높은’ 것을 향한 사회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보통 여자들이 출산 후 탄력 근무제를 요구하거나 복직 후 시간제 근무를 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남자들이 그런 것을 요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남자들 역시 요구하지 않는다. (...) 아이가 생겼을 때 남자들은 자신의 근무 방식을 바꾸는데 소극적이다. (...육아휴직 이후 복직한 남성들의 경우...) 임금 결정과 근무 조건, 업무 분장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 열 명 중 한 명은 실제로 사표를 냈다. (...) 누군가 가족 없나요? 왜 혼자 유난을 떱니까?(...) 성공하려면 가족과 주말만 보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요.(...) 회사에서 가볍게 들볶이는 정도는 가족을 돌보려고 근무시간을 빼는 남자들한테는 아주 흔한 일이다. (...) 2013년 캐나다에서 중산층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는데, 육아를 담당하는 아버지들이 전통적인 아버지들보다 직장에서 더 많이 시달린다고 한다. 일부 일터에서는 육아를 담당하는 어머니들보다 두 배 이상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 시달림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성별보다는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전통적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와 관련 있었다. (...)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들은 유약하다고 여겼다. (...) 직장인이 일터에서 받는 가장 직접적인 피드백은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훨씬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고용주와 동료들이 대하는 방식이다. 기획 회의 때 함께 가자고 하는가? 샌드위치를 먹으러 우르르 몰려 나갈 때 함께 가자고 하는가, 안하는가? 놀림을 당하는가? 상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함께 농담을 하는가? 이런 것들이 바로 당신이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상태 지표들이다.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직장에서 일찍 나가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때 직장 내에서 보이는 낮은 수준의 반응들은 후속 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가금은 역경을 헤쳐 나갈 수도 있다. (...) 동료들의 놀림을 무시하는 찰리. 노려보는 상사와 눈싸움을 해야하는 브랜든. 노련한 대응으로 낮은 수준의 괴롭힘 정도는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케이트.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다. 인간은 대개 익숙한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바로 그 때문에 지난 50년간 여성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남성에게는 아연실색할 정도의 아주 작은 변화만 일어난 것이다. 남자들은 아주 작은 변화만 일어난 것이다. 남자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가정에서는 지나치게 적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돈과 권력, 영향력의 결합이 계속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적 조차 없는 여러 기대들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거미줄 속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채, 아이들과 남자들 모두에게 비극이 지속되는 것이기도 하다.”  


4

아내라는 국가의 특별한 자원 


“아내란 국가의 특별한 자원이었다. 직업 세계에서 아내는 남자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내는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갔고, 남자들에게 이런저런 편의를 제공했으며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낳아주면서 남자의 노동 능력을 향상시켜주었다. 여기서 아이의 존재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게 하는 강력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결혼이라는 행위는 남자를 더욱 귀한 존재로 바꿔주며, 더욱 안정적인 직장에서 승진할 수 있는 탄탄한 도덕적 토대로 만들어주었다. (...) 반면 여자에게 결혼은 남자와 정반대를 의미했다.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가정과 아이가 있지만 여성은 직장에서 믿음직한 인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남자에게 결혼은 소득 증가를 의미”하는 “결혼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평균적으로 약 15퍼센트” 결혼 이후 남자들의 임금이 올라간다.  


5

가사노동의 전문화 


“여기서 전문화란 남녀가 결혼해서 함께 살게 되면 생활 속에서 일을 분담하게 된다는 의미다. 가령 한 사람이 요리를 담당하게 되면 상대방은 요리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능숙하게 익힐 시간을 벌 수 있다. (...)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래서...) 남편들은 일터에서 더욱 잘나가게 되고 지루하고 고된 그 모든 허드렛일을 직접하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깔끔하게 정리된 가정에서 영양가 높은 음식, 깨끗한 옷, 안정감과 목표 의식, 아이들, 엘리베이터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상사와 무리없이 나눌 수 있는 대와 주제 등을 모조리 얻는다. 그동안 합의를 통해 밥벌이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 아내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예회과 오늘밤인지 다음 주인지 알아두고, 우유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등 무급 노동에 능숙해진다. 

전통적인 생계부양자와 전업주부 모델을 옹호하는 이들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을 각각 한 사람이 전담하는게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교환 협상’이라는 시스템으로, 한 사람(보통 남편)이 돈을 벌어 다른 한 사람을 부양하면 그 다른 한 사람(보통 아내)이 욕실 타일의 곰팡이나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와 그 외 나머지 모든 일을 책임지는 것이다. (...)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 남자는 돈벌이에다가 추가로 잔디깎기, 또 추가로 이런저런 벌레 죽이기를 맡고 있다. 이 시간들을 모두 합해보면 여자가 요리, 청소, 육아에 들이는 시간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6

나는 깨끗이 한다고 했다, 분명 


“가정 안에서 누가 무슨 일을 맡아야 한다는 식의 관습적인 행동 패턴은 남녀 모두를 괴롭힌다. 당연하게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정해진 사람만 괴로운 게 아니다. 남녀 모두에게 정해진 행동방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집안일과 육아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여자들이 집안일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하나 있다. 집안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대부분 여자 잘못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아이가 보살핌을 제대로 못 받거나 집이 더러우면, 부주의하다면서 여성을 맹비난한다. 여성과 남성이 청결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남녀의 득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 바닥의 청결도는 순전히 개인적인 편의와 실용성의 문제이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더러운 집을 보면 사람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탓한다. 여자들은 이런 사회적인 인식에 본능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청결의 기준을 공동체가 정핸 대로 하거나, 아니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한 윗동네 친구 집을 기준으로 삼아 인위적으로 높인다. (...)한편 육아가 궁극적으로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은 여자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종종 군소리 없이 받아들인다.” 



+++ 본문 내 아내를 구하는 구직정보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 팀을 이끌 분을 찾습니다. 팀원들이 가끔 갑자기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사회적 기술이 변칙적이며, 일부로 옹졸하게 굴고 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또한 청소, 세탁, 학습지도, 가벼운 유지 보수에서 어려운 유지 보수까지, 온갖 조달업무, 안전과 보건, 작업 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 편의 제공, 기술 교육, 팀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탁월한 운동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이 필수조건입니다. 창의적인 경험과 실제 사용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 예를 들면 특히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기초적인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