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_ 안진영

 


첫 만남 

-자기소개 

 

안진영

 

 

나는 낯설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 옆에 궁금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 옆에 궁금해 옆에 설레어야 

 

낯설고 어색하고 솔직히 두려운 친구들! 

반갑고 궁금하고 설레는 친구들! 

나는 기대되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안진영, 난 바위 낼게 넌 기운내, 문학동네, 2019> 

 

 


 

1

자기소개는 두 가지 떨림을 동반한다. 걱정의 떨림과 설레임의 떨림. 이 둘은 언제나 떨림 안에서 함께 있는 것이라 모호하게 뒤 섞여 있다. 낯설면서도 반갑고, 어색하면서도 궁금하고, 두려우면서 설레는 기묘한 떨림이 자기소개에 있다, 그래서 말을 갑자기 더듬기도 하고,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 눈길이 방황하기도 한다. 

 

2

안진영의 <첫 만남> 1연에서는 모호하게 뒤 섞여 있는 떨림의 표피세포들을 하나하나 집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안진영 시인은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는 병렬방식이 아니라 줄을 세우는 직렬방식을 택하여 떨림의 직진성과 동시성을 드러낸다. 첫 만남이라는 감정의 질서를 드러내는데 있어 시적 형식을 탁월하게 선택했다. 다소 지루해 보일 수 있는 반복구문들 속에 “나는 ㅇㅇㅇ야”, 명사의 자리에 동사를 명사화시키면서 시적 혈액이 돌게 하면서 반복구문이 마냥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3

오늘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 옆에 궁금해 옆에 설레어” 옆에서 오랜만에 문우들과 나눠볼 동시 리뷰를 쓰며, “나는 기대되야 /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라고 첫 인사를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혼자 한참을 중얼거려 보았다.      

 

 

 

 

<안진영, 난 바위 낼게 넌 기운내, 문학동네, 2019>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