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반성문 _ 송찬호

소나기 반성문 

 

 

 

구름침대에서 쿵쿵 뛰놀지 않기 

구름베개 서로 집어 던지지 않기 

천둥처럼 문 꽝꽝 닫지 않기 

마른 빨래 후드둑후드룩 밟고 다니지 않기 

애호박 놀라 꼭지 떨어질라, 너른 호박 잎새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않기 

 

그럼, 엄마 

우리가 가랑비야?

가랑비처럼 숨죽여 지내야 해? 

 

<송찬호, 초록 토끼를 만났다, 문학동네, 2017> 

 

 


#동시의 발성법  

1

1연에서는 소나기의 반성이 이어집니다. 이 반성이라는 것이 소나기의 입장에서 쓰이다 보니 무척 흥미진진한데요. “구름침대”라거나 “구름베게”라거나 하는 대상이 등장하면서 소나기들의 놀이를 떠올려 보게 되기도 하고요. 빨래를 “밝고 다니지 않기”와 “몰려다니지 않기” 같은 묘사는 소나기들의 장난이 떠올려지기도 해요. 1연에서 독자들을 장난스런운 소나기를 만나게 하지요. 또 “소나기”의 “나기”는 아기로 읽히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줘요. 

 

2

2연에는 1연을 뒤집어 엎어버리는데요. 나는 소나기인데, 나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쿵쿵 뛰”노는 소나기인데, 그렇게 못하면 나는 소나기가 아닌데. 그럼 “우리가 가랑비야?”로 되물으면서 시의 낙차가 발생하지요. “가랑비처럼 숨죽여 지내”면 소나기가 아닌 건데 말이죠. 

 

3

시를 빠져나오고 나니 소나기의 항변이 어른거렸어요. 어른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사회적 규범에 대항하는 정치적 슬로건 같기도 하고요. 천진난만한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 질문하니 더 울림이 컸어요. 소나기를 소나기로 내릴 수 있게, 소나기를 소나기로 자랄 수 있게 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송찬호, 초록 토끼를 만났다,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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