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어머니_ 가네코 미스즈

참새의 어머니 

 

어린애가 

새끼 참새를 

붙잡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 

웃고 있었다. 

 

참새의 

어머니 

그걸 보고 있었다. 

 

지붕에서 

울음소리 참으며 

그걸 보고 있었다. 

 


#적막하다는 것 #막막하다는 것 

1

1연과 2연에서는 어린애가 새를 잡고, 새를 잡고서 즐거워하는 어린애를 보고 있는 어린애의 어머니가 웃고 있어요.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죠. 그런데 3연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선이 이동하죠. 어린애의 어머니가 아니라 참새의 어머니 시선으로 시가 옮겨가죠. 단지 시선 하나가 이동했을 뿐인데 3연에 들어서면서 부터 웃음이 덜컥 시의 덫에 걸려요. 그것은 어미 참새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어미 참새의 상태를 서술하고 있는 “보고 있었다.”라는 덫인데요. 어린애 손에 잡힌 새끼 참새를 그저 “보고 있”는 어미 참새의 참고 있는 울음소리가 다 들리는 듯하죠. 시에서 울음소리를 내는 것보다 울음소리를 참고 있으면서 울림은 증폭돼요. 시를 다 읽고 나니 한없이 적막해졌어요. 

2

얼마전 심보선의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어요. <형>이라는 시였는데요.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게 시니까”라는 구절인데요. 첫 번째로 슬픈 어미 참새를 생각하며 쓴 시이니까요. 

3

또 예전에 읽었던 이성복의 시집<래여야반다라>에서 <아,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숲속 까치가 어린 새끼 오리 모가지를 물어다 제 새끼들에게 피 묻은 살점을 뜯어 넣어주는 이야기가 나와요. 어린 새끼 오리를 잃은 어미 어미를 생각하며 “아, 저 엄마는 어떻게 살까?”로 시를 마무리 짓는데요. 시를 다 읽고 난 뒤에 남는 그 적막함의 기울기가 <참새의 어머니>와 무척 많이 닮아있기도 해요.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자리를 떠올렸어요. 시인은 어디에 있어야 하나. 그 곳에서 시인은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어요.  

 

<가네코 미스즈,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소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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