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풍경 그림자 물고기_ 송선미

달빛 풍경 그림자 물고기

 

송선미

 

  

달빛이 출렁 넘쳐서

밤하늘 밤바다가 되었어요

달빛 풍경 그림자 물고기

달빛 속에 그렁그렁 헤엄을 쳐요

 

나는 툇마루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 다닌 데를 따라 짚어요

밤바람 딸랑 밤바다 찰랑

달빛 풍경 그림자 물고기

몸 바꾸어 헤엄치며 내게 오네요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송선미, 문학동네, 2016>


#출렁이는 감각과 일렁이는 이미지가 가 닿는 곳 

1

1연에서는 밤하늘을 밤바다로 이어나가요. “달빛이 출렁”하자 밤하늘은 밤바다가 되어버리지요. 그 밤하늘에 물고기가 헤엄을 쳐요.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풍경에 매달려 있던 물고기의 그림자가 헤엄을 치는 밤바다가 펼쳐지지요. 시인은 그 물고기의 이름을 “그림자 물고기”라고 호명하면서 시어의 이미지를 “출렁”하고 불러내지요. 

2

2연에 가서는 그림자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밤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 다닌 데를 따라 짚”는 풍경이 드러나요. 풍경이 울리는 소리 “딸랑” 들리고 밤바다의 “찰랑” 소리 듣고 있는 툇마루에 달빛은 모양을 바꾸어 “그림자 물고기”가 되어서 헤엄쳐 화자에게 옵니다. 

3

밤하늘이 밤바다로 순간 “몸을 바꾸”었을 때 밤하늘은 여태 본 적 없는 모양으로 다가와요. 여태 본 적 없는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여태 본 적 없는 달빛이 출렁이며 헤엄을 치네요. 시인은 여태 본 적 없는 달빛의 풍경을 그림자 물고기에 실어서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조사를 다 지워낸 “달빛 풍경 그림자 물고기”라는 제목은 더욱더 감각적으로 다가와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언어감각으로 독자를 여태 본 적 없는 밤하늘을 만나게 하지요.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송선미,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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