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예찬(서론~4장). 알랭 바디우. 조재룡 역. 도서출판 길. 2016.

사랑 예찬. 알랭 바디우. 조재룡 역. 도서출판 길. 2016.



“사랑은 재발명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아르튀르 랭보, 착란1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니콜라 트뤼옹과 함께한 대담집. 이 대담은 2008년 7월에 이뤄짐. 


1

전사자 제로의 사랑 


“위험없는 사랑을 당신에게!”라는 프로파간다를 바탕으로 “사랑의 안전한 개념”을 부각시키고 있는 요즘. (16) 사랑의 위험과 우연성을 배제하는 방식의 사랑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이 부재하는 체제”(17)에서 말하는 사랑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랑에 드러워진 첫 번째 위협이다. 

사랑을 위협하는 두 번째. “바로 사랑에서 모든 중요성을 박탁해버리는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타자에게서 비롯되는 시련이나 심오하고 진실된 온갖 경험을 완전히 회피하려 한다”(18)는 것이다. 즉, 제한된 쾌락이다. “보험 계약서의 안전과 제한된 쾌락이 가져다주는 안락이라는, 사랑의 두가지 정적”(19)이 오늘날의 사랑을 위협하고 있다. 바디우는 말한다. “안전과 안락에 대항하여 위험과 모험을 다시 창안해야만 합니다.”(20) 


2

실존적 제안으로서의 사랑 


사랑에 관한 극단적인 두 입장. 우선, 쇼펜하우어. 두둥. 쇼펜하우어를 필두로 한 “반사랑의 철학”은 “특히 여성들이 사랑의 열정을 품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하등 가치가 없는 이 인간이라는 종자가 여성을 통해서 존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키르케고르같은 철학자들. 키르케고르는 심미적 단계의 사랑의 경험은 헛된 유혹을 반복하는 것. 윤리적 단계의 사랑은 사랑은 불변을 향하는 영원한 맹세. 종교적 단계로 까지 이어진다고 보았다. 쇼펜하우어와 키르케고르 같이 한쪽은 “합리적 의혹”과 다른 한쪽은 “종교적 도약”(25)에 이르면서 철학에서의 사랑은 엄청난 긴장 속에 자리하고 있다. 

“사랑에 드리워진 철학적 개념들에서 세 가지 원칙을 구별”하면서 1)낭만적 개념(만남의 황홀함) 2)상업적이고 법률적인 개념(최종적 계약으로서) 3)회의적 개념(사랑에서 환상을 만들어내는) 알랭바디우는 자신의 철학에 기반을 둔 4)진리구축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하나가 아닌 둘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경험하게 될 때,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요? 동일성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차이로부터 검증되고, 실행되고, 체험된 세계란 과연 무엇일까? 저는 사랑이 바로 이런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성적 욕망과 그 시련들 (...) 차이의 관점에서 시련을 영위하는 것에 관여하게되는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32)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은 실존적인 제안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단순한 나의 생존 충동이나 내가 잘 알고 있는 이해관심에 비추어, 탈중심적 관점에서 어떤 세계를 구축하는 것”(34)이라고. 즉, 사랑은 차이(둘)에 의해서 실행되는 실존적 어떤 세계다. 이는 “양자의 차이의 프리즘을 거쳐 세상에 전개됩니다. 사랑은 나의 개인적인 시선은 가득 채우는 무엇에 국한되는 대신, 이 세계가 이루어지고 탄생한 결과 존재하게 되는 무엇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세계의 탄생을 목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가능성이 사랑 안에 존재”(35)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세계를 탄생시키는 한에서 존재하는 것. ‘나’라는 중심을 무너뜨리고 얼굴을 드러내는 것. 둘(차이)에 의한 관점에서 목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라는 것이다. 


3 

만들어가면서 되어가는 사랑 


사랑의 두 가지 출발점에서 대해서 바디우는 말한다. 우선 “분리나 구분”이 그것이다. “사랑은 어쨌든 두 가지 상이한 재현의 자세, 두 가지 형상과 직면” 한다. 그래서 “사랑은 우선 이 둘인 무엇에 관여”(39)한다. 다음으로, 사랑이 두 가지 상이한 분리를 전제하기 때문에 그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는 바로 그 순간, 사랑이 불확실하거나 우발적인 어떤 형태를 취할 수 있다”(40) 바디우는 이것을 자신의 철학적 개념인 “사건”과 연결시킨다. 바디우에게 “사건”이란 “사물들의 즉각적인 법칙에 속하지않는 무엇에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랑의 놀라움들”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고나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41)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디우가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둘이 등장하는 무대”라는 의미이다. 


4

사랑의 지속을 향한 모험의 구축  


만남으로서의 사랑은 “기적의 범주에 속하는 어떤 것, 즉 존재의 강렬함, 완전히 녹아버린 하나의 만남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만남은 “서로를 통합해버리는 사랑 개념”(41)으로 “급진적이고 낭만적인 사랑개념”이다. 그래서 사랑은 “만남으로도 환원 도리 수 없는데, 이는 사랑이 구축이기 때문”이다. 만남으로서의 사랑은 “그 순간의 황홀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속되는 하나의 구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끈덕지게 이어지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험적인 측면은 사랑에 필요한 거싱겠지만, 한편,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끈덕짐을 덜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최초의 장애물, 최초의 심각한 대립, 최초의 권태와 마주하여 사랑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사랑에 대한 커다란 왜곡일 뿐입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공간과 세계와 시간이 사랑에 부과하는 장애물들을 지속적으로, 간혹은 매몰차게 극복해나가는 그런 사랑일 것이다.”(43) 

여기에서 사랑의 지속성이란 “삶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러 가지 다른 방식을 사랑이 창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44)고 말한다. 또 사랑은 “미지의 무엇을 지속시키려는 욕망”이리고 한데, 이것이 바로 “사랑은 삶의 재발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재발명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이러한 재발명을 재발명하는 것입니다.”(44) 


5

선언하는 사랑 


“나는 너를 사랑한다, 는 타입의 선언은 만남이라는 어떤 사건을 확정해주기 때문에 매우 근본적이며, 또한 책임을 부여”한다. “선언된 사랑의 요소에서 욕망의 효과들을 생산해내는 것은 직접적으로 욕망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랑의 선언”이다. (47)  사랑은 “사건의 구조 안에 등재되는 것이 바로 선언을 통해서 일어날 수 밖에” (53)없다. 사랑이 만남의 차원에 있을 때에는 그것은 “전적으로 우발적이고도 우연한 특성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이러한 “우연은 어떤 주어진 한순간에 고정”된다는 것이다. “우연이 지속성을 촉발”하는 순간이 사랑의 선언이다. 이는 “단순한 만남으로부터, 둘이라고 해독되는 유일한 세계의 패러독스를 향해 이행”(54)하게 한다. 만남은 선언에 의해서 “끈질기게 지속됨으로써 보편저긴 의미를 생산”하는 진리의 절차인 탓이다. 말라르메는 “우연은 결국 고정된다”고 말하는데, 이 말을 바디우는 “사랑과 사랑의 선언”에 적용한다. 

“사랑을 선언하는 것은 ‘만남-사건’에서 진리 구축의 시작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며, 만남의 우연을 시작이라는 형식 안에 고정 시키는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만남이라는 완벽한 우연이 결국 하나의 운명이라는 외양을 띠게 되는 것이지요. 사랑의 선언은 우연에서 운명으로 이르는 이행의 과정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사랑의 선언은 그토록 위태로운 것이며, 일종의 어마어마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랑의 선언은 필연적으로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고 산만하며, 혼동스럽고 복잡하며, 선언되고 또 다시 선언되며, 그런 후에조차 여전히 다시 선언되도록 예정된 무엇일 수 있습니다.”(55) 이것이 바로 “나는 너를 사랑해”이다. 이는 “우연으로부터 내가 지속성, 끈덕짐, 약속, 충실성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사랑의 만남은 선언을 통해서 “견고한 구축으로 이행함을 의미”(56)하게 된다. 



6

사랑의 충실성 


말라르메는 시를 두고 “낱말에 의한 낱말로 극복된 우연”이라고 했다. 바디우는 이를 두고 “사랑에서 충실성은 이러한 끈질긴 승리를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 지속성의 고안 속에서, 한 세계의 탄생 속에서, 나날 이후의 나날로 인해 극복된 만남의 우연을 지칭”(57)하는 것이다.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