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예찬(4장~결론). 알랭 바디우. 조재룡 역. 도서출판 길. 2016.

사랑 예찬. 알랭 바디우. 조재룡 역. 도서출판 길. 2016.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서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입니다." (113) 



7

아이의 지점 


바디우의 친구는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라? 그래 그것은 둘의 시련이지. 사랑은 둘의 선언이고, 영원이야. 하지만 하나라는 질서 속에서 그 증거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어떤 순간이 있게 마련이지”라고 말이다. 즉,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로는 하나의 문제, 하나의 질서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디우는 사랑을 이렇게만 본다면 “불임 커플, 동성애 커플 등에게서 사랑의 특성을 부인하게 된다며” 바디우는 그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리고 바디우는 아이를 두고 “하나의 지점, 이라고 이름붙인 바로 그 자격으로 사랑의 공간에 속한다”고 한다. 하나의 지점이라. “하나의 지점,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 긴밀해지는 특이한 한순간이며, 그러나 한편, 이 순간에 사건은 변형되고 이전된 형태로만 다시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가지로, 다른 어떤 면에서 보면 ”다시 선언“ 하도록 당신을 강제하면서 재연되는 것”이다. 바디우는 하나의 지점이란 “정치적이건, 사랑에 관해서건, 예술적이건, 학문적이건, 하나의 진리를 구축하는 과정들이 당신이 사건을 받아들이고 선언했던 최초의 순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근본적인 선택을 갑작스레 다시 취할 수 밖에 없게끔 당신을 강제하는 그런 순간”을 말한다. 그래서 하나의 지점에 섰을 때 “나는 이 우연을 받아들이고, 그것은 원하며, 떠맡는다.고 다시 한 번 말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아이는 사랑에서 하나의 지점이라는 형태로 사랑의 과정에 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적인 동시에 난관이기도 한 탄생 주위로 거개의 커플들에게 일종의 시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해, 아이는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둘을 아이 주위로 재편성해야만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둘은 이 지점에서 직면하기 이전에 그래왔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세계에서 함께하는 그런 경험을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8

사랑과 정치 


“정치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질문 안에 들어 있습니다. 결집되고 조직되었을 때, 개인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 사랑에서는 두 사람이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창조적인 것으로 변화시켜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정치에서는 다수로, 게대가 대중 속에서 우리가 평등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 그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문제가”된다.

바디우는 정치의 목표는 “공동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지, 권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국가없이고 정치는 가능하다는 것. 사랑 역시 가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목표는 “차이의 지점인 세계를 그야말로 하나하나 빠짐없이 경험해나가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바디우가 말하는 정치에서 ‘적’에 대한 개념은 중요하다. “정치에서 적과 맞선 싸움은 행동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적은 정치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서 “진정한 정치라면 모두 확실한 적을 구별해”낸다고 한다. 


9

지속되는 사랑 (충실성)

“기적적인 만남의 순간은 사라으이 영원성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저는 덜 기적적이면서 훨씬 더 ‘힘들여 노력하는’ 영원성의 개념, 다시 말해 단계별로 집요하고 끈덕지게 이루어진 시간적 영원성의 구축, 둘의 경험의 구축을 제안하고자 시도하는 것입니다. 저도 만남의 기적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남을 고립시켜버리거나 매 지점에서 구축된 진리의 저 힘들여 노력한 미래로 그 방향을 돌려놓지 않는다면, 만남의 기적은 초현실주의 시학에만 속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힘들여 노력하는”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취해졌습니다. 단지 기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는 주된 업무도 있는 것입니다. 늘 활동상태에 놓여 있어야 하며, 주의해야 하고, 저 자신이나 타자와 함께 결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변형시켜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힘들여 노력한 일의 내재적 보상으로서 바로 행복이 존재하게 됩니다.“(90) 

사랑은 끈질김의 체제 아래에 위치시킴으로서 사랑은 구축하는 것이라는 바디우의 말은 설득력있게 들린다. 사랑의 환상성에는 일상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벗어놓은 양말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매끄러운 환상성을 공유하는 만남의 기적을 지나 사랑의 구축이 아니고서는 건널 수 없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건너기 위해서는 사랑의 반복 체제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욕망이 즉각적인 힘이라면, 사랑은 정성과 재연을 요구합니다. 사랑은 반복 체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든가 아주 빈번하게 ”더 나은 말로 사랑한다고 해줘“가 그것입니다.”(94) 


10 

대가를 지불하는 사랑 


“자유의 확연한 승리를 위해 사랑은 어떤 대가를 지불하였는가?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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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생산으로서의 사랑 


바디우는 자신의 철학적 개념을 빌려온 사랑을 “진리의 절차”라고 말한다. 그것은 “어떤 형태의 진리가 구축되는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시련을 받아들이고, 지속될 것을 약속하며, 바로 이 차이에서 비롯된 세계의 경험을 수용해나가는 모든 사랑은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차이에 관한 새로운 진리 하나를 생산해냅니다.”(51) 그것은 모든 사랑에는 보편적인 것, “모든 사랑이 하나가 아닌 둘이 되는 것과 연관된 진리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진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서로의 이익만을 챙길 단순한 교환처럼 인식되지 않으며, 미리 수익성을 기대하고 진행되는 투자처럼 장기간 계산되는 것도 아니므로, 사랑은 진정 우연으로 인해 발생한 믿음”(27)이라고 할 수 있다. 





빛보다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이상,삼차각설계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