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에 관한 소론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든다. 

어떤 일을 할 때 분위기가 주는 '힘'이라는 것이 

무언가를 행하고 있고, 하려고 하는 '힘'보다 더 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실에 있으면서 더 느끼고 있는데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떤 학습분위기를 만들 것인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분위기를 안-팎으로, 나-세계의 것들과 끊임없이 교차하며 

엮이는 것.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기분지어진 공간

빈스방거인데, 그는 정신병리학에서의 공간 문제("Das Raumproblem in der Psychopathologie", 1933)에서 결코 인과관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바깥>의 불가분적인 통일을 <기분지어진 공간>(der gestimmte Raum)이라는 개념에 의해 표현하고 있다. 또한 슈트라서도 정서(Das Gemüt, 1954)에서 기분은 자아 감정임과 동시에 세계 감정이며, 기분과 분위기가 주-객의 구별을 넘어선 <초주관적 · 초객관적>인 차원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지적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현상학사전, 2011, 도서출판 b>

 

분위기라는 것이 초하는 것.

그러니까 자아와 세계를 넘나들고, 주와 객도 넘나들고,

모든 구별을 넘어선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

그것이 영향을 준다는 것.

분위기의 공간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걸 초-공간성이라는 건.......

칸트의 냄새가 조금 나기도 하고.

일단 주목할 부분은 세계 감정자아 감정동시에 드러난다는 것.

 

교육적 분위기

교육적 분위기(PädagogischeAtmosphäre)는 교육이 수행 되는 배경으로서의 감정적이고, 기분적인 상태 전체 및 공감과 반감의 관계 전체로 정의하고 있다(오인탁·정혜영,2005:91). 다시 말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개인의 다양한 삶으로의 확장 또는 발전이지만 그러한 과정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교육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의 교육행위자 간에 주고받는 특별한 감정적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Heidegger에게 있어 인간 존재의 이해는 이성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하나의 기분(Stimmung)’에 사로잡힌 존재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Heidegger,1983:10). 기분은 존재가 자신을 알리는 메시지이고,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한 가지 방식이며, 오래 전 과거로부터 존재해 온 현존재의 자기현시 방식이다(박근배,2012:26). 달리 말하면,‘세계--존재로 살고 있는 현존재의 존재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이성을 통해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언어로 해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기분을 통해 현존재는 이미 예민하게 그 신호를 수신하고, 반응하며, 해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분위기는 인간의 심연에 자리하고 있는 기분에 근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분위기는 기분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과 주위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주위 상황이나 환경으로부터 느끼는 기분을 분위기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기분과 분위기의 관계는 하이데거에서 비롯되는데.

인간은 언제나 기분에 사로잡힌 존재인데.

그것은 세계--존재로서의 인간이 주위상황이나 주변환경으로부터 느끼는 기분.

그 기분을 분위기로 보고 있다.

분위기는 기분들의 네트워크.

기분의 자기현시-세계현시가 분위기 인 것이다.



한자어: 분위기

한자어로 분위기雰圍氣를 뜯어보면

은 비 와 분합쳐서 만들어진 말

비가 나누어진다는 의미이니 안개에 가까운 듯.

는 한계지어진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분위기는 안개처럼 특정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을 말한다.

어떤 기운, 어떤 공간성, 어떤 안개같은 기운을 이야기다.

분위기를 나타내는 개념들 중에 가장 정확하고 명확한 개념인 듯 하다.

-희랍어: Hauch-Kreis

어떤 대상이 그것을 느끼는 사람에게 와닿는 숨결과 같은 오묘한 분위기.

희랍어에서의 분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와닿는'에 있다.

한자어에서의 분위기가 '둘러싸고'있는 것이라면 희랍어에서는 '와닿는'것이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둘러서 와닿고 있는 것' 이것.

 

군대: 분위기 잡기

"야!"


군 복무시절 늘 분위기는 잡는 것이었다.

분위기란 풀어지면 안되고 늘 분위기는 잡아두는 것.

상병들과 병장들은 점호시간이면 엄숙함과 잔인함으로 분위기를 늘 잡곤 했다.

헤이해진 분위기를 낚아채서 분위기를 잡는 것.

"!" 이 한마디면 게임끝. 내무실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따로 사유하거나 성찰하지 않아도 그대로 '와닿는'.

이 분위기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것,

움켜쥐고 흔들어야 하는 것.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잡아채야하는 것으로서 도래한다.

 

-선배들: 분위기 만들기

고교시절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분위기라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보았던 식구총회, 운동장 사용법, 교무실 점거하는 법 등등.

다양한 방법들을 분위기로 배웠다. 그 누구도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분위기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

선배들의 행동과 말투, 분위기들을 떠올려 본다. 아무도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들리는 것. 학교와 교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 안개. 그것.

 

교실: 분위기 흐리기

어느 정도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이런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마이쮸" 하다가 "마이쭈"하는 학생이 있다. 대체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짜증스러움의 기운이 교실을 가로지른다.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분위기는 결국 흐름같은 것인데,

그 흐름을 흩트리는 상황들은 늘 발생한다. 분위기는 때로는 반전된다.

기압들의 접속이 어떻게 날씨로 이어지는를 알면 이해하기가 쉬운 듯 하다.

저기압과 저기압이 만나 장마가 이어지는 것 처럼.

분위기의 반전, 전환은 지금의 흐름과는 다른(낯선)것과의 접속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분위기의 집합성

악이라는 것은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 집단적 분위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집단적 분위기. 아렌트의 분위기란 개별적이지 않다. 집단적, 공동체적 분위기는 개별자들과 타자들간의

모임, 접합된 상황속에서 분위기는 일어나는 것. 그래서 분위기란 언제나 사회적이다.

아렌트가 말하는 '' 뿐만이 아니라 '' 혹은 '정의'같은 것도 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아우라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의 상태에서 휴식자에게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먼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보고 있노라면바로 이 순간 우리는 이 산과 나뭇가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산이나 나뭇가지의 분위기가 숨을 쉬고 있다고 말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벤야민은 분위기(aura)라는 말을 비평의 언어로 다듬은 사람이다.

구절을 끊어서 읽어보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것들은 단순한 대상으로서의 타자가 아니다. 산맥과 나뭇가지들은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던져진 그림자를 받아들이면서 "나뭇가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그 느낌. 타자에게서 전달되는 "숨 쉬고 있음"을 느끼는. "아무리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이라고 벤야민은 정리하고 있다.

벤야민의 분위기. 비평의 언어로서 사용되는 것만이 아니라 인식론적 차원의 지평이 넓혀진다. 대상과 관계맺는 숨결과 시선들의 교차. 상호-교차하는 느낌. 느슨하지 않은 상태의 느낌. 어떤 것이 벌어지고 있는(생성되고 있는) 체험의 장. 교차하는 교감.

왕따 문제같은 경우. 그것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정한 분위기가 응축되어있다. 무시하는 이와 무시당하는 이. 너무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사회적인 차원, 정신분석적 차원, 경제적 차원, 문화적 차원 등등. 잘 드러나지 않는 것과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뭘까. 먼 지평성의 산맥과 나뭇가지가 던지는 그림자를 보는 것. 구체적인 사안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현되고 있고, 펼쳐지고 있는 분위기로서 바라보는 것.

분위기는 단순한 기분상태, 미적인 환상이 아니라 사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주체와 타자와 같이 관계맺는 것들은 저마다의 삼투작용. , 서로를 침범하고 오염시키고 간섭한다는 것.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 분위기는 확실히 공간적이고 사회적이다.

 


 

분위기를 정확한 개념으로 정리할 수 없는 개념으로 보인다.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전에

문학의 공간에서 묘사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분위기는 조성되는 것이다.

분위기는 어떤 징조이고 어떤 것에 의한 영향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분위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조성물들을

바꾸어나가는 것. 그 대상은 교감을 나누는 것.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획과 연출에 의한 것이다.

분위기란 기운들의 네트워크이다.

이런 네트워크들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조성은 '감응'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를 만다는다는 것. 어떤 공간에 서려있는 무늬같은 것은 아닐까

교실의 무늬. 나의 무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것은 어떻게 말해 볼 수 있을까.


 

 

<Peter Marlow,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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