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겠다
개미가 줄을 졌다
비 오겠다.
바람이 스산하다
비가 오겠다.
지금쯤 울 엄마
이랑 세겠다.
콩밭 매다 말고
남은 이랑 세겠다.
새들이 낮게 난다
비 오겠다.
먹구름 모여든다
비가 오겠다.
지금쯤 누야는
염소 몰고 오겠다.
하얀 염소 깜장 염소
껄쭉껄쭉 오겠다.
<류선열, 잠자리 시집보내기, 문학동네, 2015>
# 서술어의 선율적 서사성
1
겠다, 라는 서술어 하나로 시의 전반에 리듬이 생기니 소리 내 읽기 참 좋지요. 오겠다, 오겠다, 세겠다, 오겠다 하니 점점 비가 다가오는 느낌이 선명하게 들기도 하고요. 담담하게 장면들을 하나, 하나 넘기며 비 오기 직전의 풍경을 시 안에 그림 그리듯 그려놓고 있어요.
2
시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를 보여주지 않아요. “개미가 줄을 쳤다, 바람이 스산하다, 새들이 낮게 난다, 먹구름 모여든다”와 같이 비의 징조들을 나열할 뿐이죠. 징조만으로도 “남은 이랑”을 세는 엄마와 “염소 몰고”오는 누야를 떠올리고 있지요. 감정과 정서가 앞서기보다 이미지로 말을 걸어오는 듯해요.
3
시를 다 읽고 하늘 올려다보듯 시를 올려다보니 마침표들이 비처럼 다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해요.